-7- 실험
다음날 아침 나는 그의 가방속에 있었다. 아마 새벽에 가방속에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날은 밝아 있었지만 늦은 잠으로 지쳐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그가 가는 곳에 무작정 견디며 참아야 했다. 그의 흔들리는 가방은 차츰 움직임이 줄어들었고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지 약간 떠드는 소리도 들려왔다.
새벽에 찾아간 레드문에서의 그 프랑스 혼열 웨이트리스에게서 선물 받은 ‘진실숨기기’가 가방에 들어 있었다.
갑갑한 가방에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셔야 할 것 같았다. 밖에선 의외로 예전에 레드문에서 그에게 수다를 한바탕 떨었던 송지영이란 여자였다. 여자는 그의 재채기로 또 한번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여자는 무언가 그에게 인지시키려 안달이 나 있었다. 마치 자신의 주장을 유권자에게 열변을 토하는 유세하는 국회의원과도 같았다. 하지만 좀처럼 그는 여자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난 그 알레르기의 정체를 알고 싶을 뿐이예요 소극적이고 도피적이고 뚜렷한 자기의식 같은게 없어요 뭔가 의미 없는 말장난 같은 거 좋아하고… 도대체 그 알레르기의 정체는 뭐죠?”
“당신 교수가 내 알레르기를 알아오라고 하던가요? 물론 과제겠군요! 나 같은 연구대상은 보기 드물죠, 내 문제를 해결하면, 출세는 보장 받겠군요”
여자는 자신의 과제 때문에 그의 알레르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맘이 편치 않았다. 지금까지 자신을 누군가 관심을 갖는 다는 것 설령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는 참으로 어색해 했다.
“맞아요, 하지만 나쁜 건 아니죠, 내가 당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 여자 알레르기라는거 지긋지긋한 재채기… 해결하고 싶지 않나요? 물론 당연히 생각하며 지금끼지 살아왔겠지만 분명 남들과는 다른 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머리를 감싸고 벤치에 앉았다. 짧은 바람이 왔다 갔다. 나는 순간 바람을 타고, 멀리 떠나 버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준비는 되지 않았다.
“실험대상이 내키질 않군요, 난 내가 가진 거에 대해서는 한순간도 의심해본적이 없어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믿었지요 지금도 마찬가지고, 죽기 전까지 그걸 믿고 싶어요. 그런데 그걸 바꾸겠다니… 난 싫어요 당신은 지금의 당신을 내가 송두리째 바꿔버리면 좋겠어요?”
그의 말도 틀린말은 아니다. 여자는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그를 설득했다. 참 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쉽게 여자를 따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들은 참으로 지루했다.
“실험대상을 구하고 싶다면 요양원이 좋겠네요 거기가 더 연구할 가치는 높을 것 같은데…. 신념은 연애와 같은 것이어서 강요할 수 없는 거예요 당신도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이 다 똑 같아요 내 알레르기가 당신에게 나쁜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알고 싶다면 직접 알아보세요 나도 모르는 거니까 나는 어떠한 도움도 드릴 수 없어요. 혹시 모르죠 원인을 밝혀내면 내 신념도 바뀔지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적절하진 못해도 당신에게 긍정적이지는 못하겠네요.”
여자는 약간의 미소를 보였지만 그것이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지는 몰랐다. 어쩌면 뭔가 기대같은걸 하는지도 모르고, 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득되고 있다는데에 대한 자부심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가 귀찮아진 것은 확실하다. 아마도 여자가 그를 처음만난 그날 입고있던 미키마우스 티셔츠가 거슬렸던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는 항상 지브리 이외에는 거추장 스럽고 귀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후 송지영이란 여자는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를 쫒아 다녔다. 신경쓰이지는 않지만 독한 면이 있었다. 측정할 수 없는 계산식을 찾느라 안간힘을 써보지만 노력만큼 되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의 남자친구와 싸워가면서 까지 오직 그의 알레르기에 충실히 노력하고 있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찾아낼 수 없는 미로의 출구를 찾느라 방황하는 실험용 쥐 같았다.
오늘날 인간의 생활 습성은 인류 종말에 대하 예언에 아우성 치거나 심각한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순식간에 들어난다. 단적인 예로 주식시장에서 즐겨 볼 수 있다. 얼마전 채권과 펀드가 환차손으로 인해서 국제 펀드 즉 핫머니가 회수되지 못하고 공중분해 되어버린 적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외부자금에 약해있던 국내 유동성 자금이 더 이상 시장으로 돌아오지 못하자 주가가 곤두박질 쳐서 GDP까지 갈가먹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사회는 패닉상태가 되었고 카오스 적인 종말론 까지 예상되었다. 거리에는 실업자, 지에서는 채무가 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대책없이 망해가는가 했지만 의외로 사건은 쉽게 종결되어 버렸다. 이러한 위기적 습성은 자신들이 쌓아올린 바벨탑이 잘 견뎌주어 비로소 이기적인 결과물에 모든 걸 용서 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어쨌든 허울뿐인 껍데기라는 걸 인정하지도 않았따.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서 풀리지 않는 실타래와도 같이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있다. 모든 걸 회귀나 환원으로 돌아가려는 종교적 욕구 이외에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과학적 증명 방식에 인간 논리를 집중시켜왔다.
개인주의는 이기적인 집단 카르텔을 만들어냈고 모순적이게도 그런 굳건한 집단은 다시 개개인으로 인해 왜곡되어지고 있다. 정말 짜증난다. 실증나고 싫다. 그러면에서 이 송지영이란 여자 정말 인간적이다. 그에 대한 실험적 애정이 이렇게 지극정성일 수 있을까 물론 자신의 출세를 위한 일이지만 그 열정이 고스란히 그에게 쏠려있는 이 현실 그에게는 소중한 관심일 것이다.
8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