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4일 토요일

new, edition... the life.

전쟁의 상흔이 남기고간 치열한 훈장인 마냥 그렇게 5년 가까이 썼던 핸드폰을 보냈다.

아무 미련도 없었다. 단지 오래된 사진 그리고 언제 녹음 했는지 모를 어렴풋 예전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보내 버렸다.

 

사람이 무언가 마음을 다잡고 새로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위해 해야할 것 중 하나가 핸드폰에 저장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 그것은 좋고, 쓸만한 핸드폰을 구입하는 데서 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나는 매직홀이란 핸드폰을 구입했다. 사실 공짜 폰에 홀려 들어간 대리점에서 운명의 만남처럼 나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전우(?)

 

앞으로 좋은 날만을 기다리고, 성공과 행복의 소식을 들려줄 나의 메신저로써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뭔가 기대하기 좋고, 뭔가 두절시킬 만한 연락에 대한 충성스런 나의 동반자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 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인터넷 소설 DuAL & dUaliTy 7화

-7- 실험

 

다음날 아침 나는 그의 가방속에 있었다. 아마 새벽에 가방속에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날은 밝아 있었지만 늦은 잠으로 지쳐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그가 가는 곳에 무작정 견디며 참아야 했다. 그의 흔들리는 가방은 차츰 움직임이 줄어들었고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지 약간 떠드는 소리도 들려왔다.

 

 새벽에 찾아간 레드문에서의 그 프랑스 혼열 웨이트리스에게서 선물 받은 진실숨기기가 가방에 들어 있었다.

갑갑한 가방에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셔야 할 것 같았다. 밖에선 의외로 예전에 레드문에서 그에게 수다를 한바탕 떨었던 송지영이란 여자였다. 여자는 그의 재채기로 또 한번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여자는 무언가 그에게 인지시키려 안달이 나 있었다. 마치 자신의 주장을 유권자에게 열변을 토하는 유세하는 국회의원과도 같았다. 하지만 좀처럼 그는 여자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난 그 알레르기의 정체를 알고 싶을 뿐이예요 소극적이고 도피적이고 뚜렷한 자기의식 같은게 없어요 뭔가 의미 없는 말장난 같은 거 좋아하고도대체 그 알레르기의 정체는 뭐죠?”

 

당신 교수가 내 알레르기를 알아오라고 하던가요? 물론 과제겠군요! 나 같은 연구대상은 보기 드물죠, 내 문제를 해결하면, 출세는 보장 받겠군요

 

여자는 자신의 과제 때문에 그의 알레르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맘이 편치 않았다. 지금까지 자신을 누군가 관심을 갖는 다는 것 설령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는 참으로 어색해 했다.

 

맞아요, 하지만 나쁜 건 아니죠, 내가 당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 여자 알레르기라는거 지긋지긋한 재채기해결하고 싶지 않나요? 물론 당연히 생각하며 지금끼지 살아왔겠지만 분명 남들과는 다른 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머리를 감싸고 벤치에 앉았다. 짧은 바람이 왔다 갔다. 나는 순간 바람을 타고, 멀리 떠나 버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준비는 되지 않았다.

 

실험대상이 내키질 않군요, 난 내가 가진 거에 대해서는 한순간도 의심해본적이 없어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믿었지요 지금도 마찬가지고, 죽기 전까지 그걸 믿고 싶어요. 그런데 그걸 바꾸겠다니난 싫어요 당신은 지금의 당신을 내가 송두리째 바꿔버리면 좋겠어요?”

 

그의 말도 틀린말은 아니다. 여자는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그를 설득했다. 참 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쉽게 여자를 따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들은 참으로 지루했다.

 

실험대상을 구하고 싶다면 요양원이 좋겠네요 거기가 더 연구할 가치는 높을 것 같은데…. 신념은 연애와 같은 것이어서 강요할 수 없는 거예요 당신도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이 다 똑 같아요 내 알레르기가 당신에게 나쁜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알고 싶다면 직접 알아보세요 나도 모르는 거니까 나는 어떠한 도움도 드릴 수 없어요. 혹시 모르죠 원인을 밝혀내면 내 신념도 바뀔지도하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적절하진 못해도 당신에게 긍정적이지는 못하겠네요.”

 

여자는 약간의 미소를 보였지만 그것이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지는 몰랐다. 어쩌면 뭔가 기대같은걸 하는지도 모르고, 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득되고 있다는데에 대한 자부심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가 귀찮아진 것은 확실하다. 아마도 여자가 그를 처음만난 그날 입고있던 미키마우스 티셔츠가 거슬렸던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는 항상 지브리 이외에는 거추장 스럽고 귀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후 송지영이란 여자는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를 쫒아 다녔다. 신경쓰이지는 않지만 독한 면이 있었다. 측정할 수 없는 계산식을 찾느라 안간힘을 써보지만 노력만큼 되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의 남자친구와 싸워가면서 까지 오직 그의 알레르기에 충실히 노력하고 있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찾아낼 수 없는 미로의 출구를 찾느라 방황하는 실험용 쥐 같았다.

 

오늘날 인간의 생활 습성은 인류 종말에 대하 예언에 아우성 치거나 심각한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순식간에 들어난다. 단적인 예로 주식시장에서 즐겨 볼 수 있다. 얼마전 채권과 펀드가 환차손으로 인해서 국제 펀드 즉 핫머니가 회수되지 못하고 공중분해 되어버린 적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외부자금에 약해있던 국내 유동성 자금이 더 이상 시장으로 돌아오지 못하자 주가가 곤두박질 쳐서 GDP까지 갈가먹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사회는 패닉상태가 되었고 카오스 적인 종말론 까지 예상되었다. 거리에는 실업자, 지에서는 채무가 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대책없이 망해가는가 했지만 의외로 사건은 쉽게 종결되어 버렸다. 이러한 위기적 습성은 자신들이 쌓아올린 바벨탑이 잘 견뎌주어 비로소 이기적인 결과물에 모든 걸 용서 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어쨌든 허울뿐인 껍데기라는 걸 인정하지도 않았따.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서 풀리지 않는 실타래와도 같이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있다. 모든 걸 회귀나 환원으로 돌아가려는 종교적 욕구 이외에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과학적 증명 방식에 인간 논리를 집중시켜왔다.

 

개인주의는 이기적인 집단 카르텔을 만들어냈고 모순적이게도 그런 굳건한 집단은 다시 개개인으로 인해 왜곡되어지고 있다. 정말 짜증난다. 실증나고 싫다. 그러면에서 이 송지영이란 여자 정말 인간적이다. 그에 대한 실험적 애정이 이렇게 지극정성일 수 있을까 물론 자신의 출세를 위한 일이지만 그 열정이 고스란히 그에게 쏠려있는 이 현실 그에게는 소중한 관심일 것이다.

 

 

8부에 계속...

2009년 10월 21일 수요일

글쓰기 VS 타이핑

오늘 신문에서 꼭 읽고 싶었던 작가의 책이 새로 발간되었다.

내 머리의 용량이 작아 오래기억할 수 는 없었다. 아직 읽어야 할 신문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그 책의 제목과 출판사명을 메모해 두어야했다.

 

그런데 문뜩, 연필은 어떻게 잡았던가?

 

글씨는 어떻게 썼더라?

 

하는 묘한 기억의 상실이 찾아왔다.

뭐지?

 

연필을 잡아본지 꽤 된듯 하다. 최근 몇달 동안 컴퓨터 자판을 가지고 글자를 만들었던 나다.

 

이것이 어떤 병인지는 모르겠으나 참 어이가 없더라~

 

인간은 퇴화되는가라는 생물학적인 위협에서 부터 치매에 이르는 무서운 생각들을 차례로 생각하니

반드시 연필을 쥐어야 겠다는 생존 본능(?)이 뇌속에서 강하게 자극했다.

 

얼마전 읽고 싶은 책을 찾고, 종이에 메모하지 않고 구글의 내 서재에 저장해놓은 생각을 했다.

아차! 싶었다.

 

종이와 연필 그리고 사람, 내가 마치 먼 미래에서 방금 도착한 시간여행자가 된듯 했다.

 

포스트잇에 메모를 끝낸 나는 문득 초등학교때 글씨쓰기 나머지 공부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나는 차라리 그때가 그리웠다. 라고 느낀다.

 

 

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제목없음?

 

우리는 타이틀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다. 엄친아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어하고, 꽃미남과 몸짱이라는 단어에 우리는 포장되길 원하고 바란다.

 

그러나 그런 것은 껍데기라는 생각을 해본다. 엄친아는 단지 엄마친구의 아들이다. 꽃 미남은 그냥 잘생긴 사람일 뿐이고, 몸짱은 몸이 좋은 모양을 뜻 한다고 생각해 버린다.

 

그 옛날 베토벤이 운명이란 교향곡을 만들고, 엄친아와 꽃미남과 같은 그럴싸한 타이틀로 포장하기를 바랬다면,  교향곡 제5번은 운명으로 짓지 않았을 것이다.

 

베토벤은 성격이 포악하고, 귀가 들리지 않았으며 몸이 쇠약했다. 몸짱과 꽃미남 그리고 엄친아에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다.

 

난 이 음악에 아무 제목도 붙이지 않았다. 심지어 곡 번호도 표기 하지 않았다. 이것은 어느날 에 대한 나름의 느낌이었다. 마치 오래된 일기를 우연히 발견하는 듯한 느낌으로 만들었다.

노을지는 저녁, 혹은 안개낀 아침, 찌는듯 더운 여름 어느날에 만든 곡일 수 있다. 그러나 난 이 곡에 대한 기록을 인생의 스물두번째 그 한기간에 완성한 나에대한 기록으로 믿고 싶다. 그래서 이 곡에는 제목이 없는 것이다. 어떠한 제목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 시절의 느낌은 지금에도 알다모를 그래서 신비한

여운이 있다.

가을여행

가을을 타는가 보다.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무기력해 보이기도 하다.

의기소침하다.

 

나란 사람... 과연 무언가 할 수는 있는걸까?

자기위안, 괜찮다는 위로 어쩌면 하나같이 배신자 처럼 느껴질까?

 

잠시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다. 어디든 상관없는 여행...

 

오래전 친구와 다녀왔던 가을 바다도 좋다.

가까운 공원? 그래 집앞 공원도 좋다.

어디라도 바람을 맞고 싶다. 상쾌한 바람이든 거친 폭풍이든,

난 내 존재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싶다.

 

떠나기 좋은 날을 기다리자!

 

그리고, 한번 가보자!

2009년 10월 18일 일요일

인터넷 소설 DuAL & dUaliTy 6화

-6- 별똥별

 

하루종일 비가 온다 그리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때문에 양치도 하지 않았다. 휴일도 아니였고 누가 이 답답스런 집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아니며 기다리는 전화나 편지가 있는 있는 눈치도 아니다. 뭘, 도대체 이 사람, 뭐 하는 걸까?

 

나는 자살을 시도했다. 무작정 날아가 마르크스 8페이지에 올라앉았다. 조금만 있으면 그의 손이 나를 덮치게 될 것이다. 다음은 충격, 고통, 그리고 죽음이다. 조금 빠르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고통을 덜 받기 위해서 그가 조금 더 빠르고 정확한 손 동작을 해줬으면 좋겠다.

 

아마 몇 초 정도, 그 정도면 살아있는 심심하고 무료한 그 고통 자체가 외롭게 사라지겠지,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그렇게 느꼈을 내 아내처럼 마이다. 하지만 얼마후 난 아내처럼 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워밍업이라고도 할 것 없이 그의 가방안에 들려진 채로 밖으로 나갔다. 새벽 안개가 자욱히 어둠을 감싸고 차가운 한기가 내 머리까지 들어와 있었다. 오전, 오후, 저녁 까지 석고상 처럼 도를 닦던 그가 레드문에 도착한 시간은 이제 막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웨이트리스는 그의 늦은 방문에 놀란 듯 하지만 의외로 반가워 했다.

 

검정색과 붉은 색이 잘 어울어진 앞치마를 두르고 짧은 머리 임에도 올려 묶인 머리는 그녀의 얼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스타일이 었다. 테이블들은 깨끗이 닦여 있었고 그녀의 손엔 빗자루가 들려 있었다. 일단 하루종일 굶었던 배를 채우기 위해서 주방으로 갔지만 이미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였고 쓰레기통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밖에는 어느새 가느다란 비가 커다란 창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왜 이렇게 늦은 시간이 되어서 레드문을 선택했을까? 다행이도 그녀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건네주었다.

 

창가쪽에 앉으니까 이상해 보이네요 무슨일이라도 있어요? 매일 어두운 곳에 있어서 빛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혹시 알레르기와도 상관이 있나요?”

 

상관없어요 빛을 싫어하긴 하지만 지금은 밤이잖아요 빛이 있을 리 없고 비까지 오네요 제가 좋아하는 날씨에요, 모든 걸 잊고 생각하는 것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을 긍정하게 되는 날씨군요 하지만 상대적인거죠 빗소리 한번 들어봐요, 어떤 진실된 의미를 찾을 수 있나요? 그건 느끼는 사람에 따라 달라요 빗소리가 좋을 수 있고, 그렇지 않고 귀찮은 사람들도 있죠, 내가 알레르기를 견디면서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에 노력하는 이유도 그 상대성 때문이에요,”

 

어렵네요, 장마철이나 겨울같은거 그냥 좋아하면 되지 상대성이니 뭐니 너무 복잡하네요 저는 그냥 느낌 자체로 이해되는 문제인 것 같은데…”

 

이해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다만 해석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난해한 현대 음악을 들었다고 해두죠 보통사람들이라면 대중음악과는 다른 그 특이하고 무서운 음악을 이해하라고 한다면 화부터 낼 거예요 물론 전문가 들은 나름데로 이해 하려고 노력정도는 하겠죠 보통 사람이건 전문가이건 그 음악을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어려워 지겠죠 그러나 해석에는 정답도 노력도 필요 없어요 단지 그렇게 느끼고 나서 비판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이나 매우 개인적인 겁니다.”

 

밤이라서 그런지 그의 목소리는 어두운 조명을 타고 간지럽게 들렸다.

 

그럼 당신도 내 이야기에 해석 정도 하나는 해줄 수 있겠군요 그렇게 자 알고 있으니까요.”

 

웨이트리스는 자신이 오래도록 고민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마치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비밀의 이야기라도 하듯이 너무도 작게 들렸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겠지만 난 혼혈이에요 누구든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아마도 정체성에 문제인 것 같아요 엄마가 프랑스인이고 아버지가 한국분이시죠 지금은 서로 헤어져 있어서 두분 다 만나기 어려워요 문제는 그런 무책임에도 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낸다는 게 답답할 뿐이예요 사는게 싫기도 많아서 세상을 탈출하고도 싶었고 자살 같은 것도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우연히 엄마의 일기를 보게 됐고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로 마음먹고 이렇게 돈을 벌고 있어요 뭐랄까 꿈인 생긴 듯 해요. 멋진 곳이래요 프랑스라는 곳프랑스에선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뭔가 자그마한 인생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뭐든지 프랑스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건 내가 자살을 결심하고 나서도 더욱 살고 싶어하는 가치를 느끼기 까지 그리고 극과극의 너무도 다른 이 두 가지 현상에 대해서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는가 하는 거에요

 

그는 심하게 무언가를 생각했다. 하지만 웨이트리스의 질문에 답을 하지는 못했다. 대신 그는 별을 보고 싶다고 했다. 도시에서 그렇게 뚜렷이 별을 보기란 힘들지만, 웨이트리스가 말한대로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히자 지금 시간대에는 흐리지만 어느 정도의 별은 볼 수 있었다.

 

별이 떨어질 때 소원비는 거 말이죠, 무엇이든 소원빌땐 똑 같겠지만 특히 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빌때는 의심하면 안된대요 혹시 그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소원에 대해서 의심하면 이루어질 소원도 포기하고 만대요

 

촉촉한 거리를 걷는 두사람, 왠지 모르게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7부에 계속...

2009년 10월 17일 토요일

친절한 캐스터

단아한 기상캐스터의 예보는 너무도 달콤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올해는 태퐁풍도 없었다. 적어도 내가 사는 곳에는 장마도 큰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새벽과 아침에 어제 그 아름다운 기상캐스터의 가식적인 마지막 웃음이 생각났다.

잠은 잘 수 없을 정도의 무서운 바람소리와 번쩍이는 천둥과 번개,

 

오래전 누군가는 일기예보와 여자는 믿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믿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그 유혹은 대단했다. 그것이 현실이 될 때 까지 철석 같이 믿고 말았다. 적어도 예보대로 천둥과 번개 강한 비바람은 예상했지만, 그 정도는 그녀의 웃음뒤에 묻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더욱 심해질때 그래서 한반도의 날씨를 더이상 예측하지 못할때 그리고 오늘 처럼 갑작스럽고 무서운 이 날씨의 변덕을 그녀는 또다시 웃으면서, 예보할까?

 

 

 

비가와서 그런지 커피향이 더 진하다.~~~

 

2009년 10월 13일 화요일

this is it - 마이클잭슨

인터넷 소설 DuAL & dUaliTy 5화

-5- 판당고

 

 

우리파리들은 인간의 대화에서 그들이 진짜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집요하게 인간들을 괴롭혀 왔고 알면알수록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가게되는 딜레마가 생기게 되었다.

거짓말이란 것도 알았고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거짓의 현상만을 유지시키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진정한 내면의 마음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우리로서는 계속 귀찮게 하는 수 밖에 별 방법이 없었다.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내가 젊었을 적이다. 조용한 밤 결혼을 약속하게 된 그녀와 무도회에 갔을 때였다. 그녀와 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판당고를 추었다. 서로는 행복했고 정말 이 시간이 영원하기를 간절히 바랬다. 풍성한 음식들과 화려한 궁전의 장식들 나는 그 중에 붉고 보라빛이 약간 들어가 있는 작은 보석을 선물하고 청혼을 했다. 멋진 음악과 함께 그녀의 얼굴을 붉어졌다. 우리는 행복했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이 세상 이 사람들보다 충분하다고 믿었다.

 

시간이 지나서도 그 궁전을 떠나지 않았다. 거기소 영원토록 살길 약속하고 결혼도 하였다. 무도회는 정기적으로 열렸으며 그때마다 화려한 장식과 많은 음식들은 늘어만 갔다. 그러나 이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고 반란으로 수많은 왕이 바뀌었다. 그리고 혁명으로 더 이상 무도회도, 판당고도 없었다. 그녀는 창백해져 가고 있었으며 나는 안타까웠다. 어디가 아픈지 뭐가 잘못되서 그런지 알 수 없이 애만태워야 했다. 인간들은 우리들의 오랜 보금자리인 궁전을 허물었다.

 

그녀는 그때 죽었다. 그 이후 나는 아프리카로 가는 영국증기선에 올랐다. 어딘지 모를 미지의 땅, 그곳엔 나 같은 파리들이 많았다. 서로 모여 살면서 인간에 복수할 생각을 하는 파리들이었다. 그 틈에 끼어 인간을 연구하는 단체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인간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이 있었다. 실제로 정보수집을 잘 갖추어진 연락망으로 지금의 네트워크 처럼 정확하고 빨랐다. 그 곳에서 인간의 글을 배웠고 행동 패턴을 연구했다. 수세기 동안 유지되어온 그 그룹은 2차대전을 이후로 뿔뿔히 흩어졌다.

 

인간의 습성은 특이하고 난해하게 보이지만 예상회로 단순한 면이 있어서 뜻 밖에도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때문에 더 어려워진다 난 그게 싫다 그게 싫어서 모든걸 포기하고 지켜 보기만 할 뿐이다. 그 때의 기억은 파편처럼 사라지거나 가슴깊이 박혀 버려서 녹이 슬거나 썩어 없어졌다 지금 살아가는게 미묘할 따름이다. 언제 죽을지도 궁금하지 않다. 그렇다고 두렵지도 않으며 아직 까지 해결되지 않은 인간의 수많은 오류들을 연구할 기력도 할 마음도, 용기도 없다 지금 나와 같이 사는 그 남자처럼 그냥이다. 무의미하다 오래된 음식을 먹는 일이나 고급요리를 먹는 자체가 생활의 일부분이지만 그의 방에서 인스턴트 커피로 요기하는 공허함은 산 송장처럼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도록 한다. 예전처럼 판당고를 출만한 궁전도 없었다. 내곁에 있어야 할 그녀도 없고, 차디찬 얼음궁전이나 이글루 처럼 내 몸은 더 이상 달아오를 열정이 남아 있을리 없다.

 

 

 

어제 그가 흘리고간 치약에 앉아 얽혀있는 생산과 비용곡선들 그리고 포스트 잇에 메모되어 있는 비판 철학의 난해한 문제를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는 노력이 실증날리 없었고 오래전에 배운 인간들의 언어도 익숙해져 있어서 일까 나는 그들을 닮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 그러지 못하다는 것을, 이 한계를 소심하게 자책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걸음걸이는 어눌하기 짝이 없었다. 그의 어깨로 빗방울이 내려앉아도 털어낼 신경을 쓰지 않고 가로등 불 빛으로 사라지는 뒷모습도 어지간히 힘이 없어 보였다. 송지영이란 여자도 레드문 웨이트리스도 그에게는 도대체 뭘까? 물어보고 싶다. 그의 뒷모습에서 알 수 있는 건 내 머리로는 비맛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일 뿐이다. 내일도 모래도 지금처럼 레드문에서 에스프레소와 참치샌드위치가 식을 때 까지 앉아있을 그런 사람이다. 나는 또 그의 새로운 만남을 보게될 거고 또 어둠이 시간을 넘기고 있을 뒷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묵직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거의 몇 시간째 미동도 없던 그림자는 좌우로 크게 움직였다. 허기지는 배고픔도 적응되어 그의 깔끔한 침대시트위에 기력을 소진한채 마치 갤러리에 온 것 처럼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오디오에선 예전 트리니다드에서 판당고를 추었던 6/8박자 진동이 울려퍼졌다. 조용하고 적막하게 그 곡이 그림자에 동화되었다. 이상하게도 레드문이나 도서관에 나가지 않았다.

 

커피또한 다 마신지 오래되었고 책상위엔 마르크스만이 그에게 무언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마르크스를 만난적은 없다. 단지 그에게 있어서 수많은 만남중에 하나라는 것과 오랜시간 꺼내보지 않은 새 책들중 가장 두껍다는 것 이제 겨우 8페이지 째 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책장엔 그 흔한 소설책 한 권이 없다. 보통사람이라면 읽지 않더라도 베스트셀러 쯤은 가지고 있는게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그의 책장에 어두운 색깔을 힘들어할 무게들로 가득하다.

 

 

6부에 계속...

2009년 10월 12일 월요일

인터넷 소설 DuAL & dUaliTy 4화

-4- 미키마우스 그리고 토토로

 

 

남자는 귀찮은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고통스러운 재채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손수건으로 코를 막았고, 그의 붉어진 코는 불쌍해 보였다. 여자는 모든걸 알고 있는 듯 약간의 미소만 보였다. 나는 여자의 손등에서 내려왔다.

 

이유가 뭐죠? 재채기의 원인말이예요

 

그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연신 재채기를 했다. 그러던 사이 옆 테이블에 서빙을 와있던 웨이트리스가 여자에게 귀띔을 해줬다. 그제서야 여자는 자리에 조금멀리 앉았다. 어쩐지 방금전 보다 더 흥미 있다는 듯이 무한한 호기심에 빠져드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결 괜찮아 졌는지 재채기는 멎었다. 그는 여자의 소개를 듣고 나서야 왠지 찝찝한 표정이었지만, 그것도 귀찮아졌다.

 

얼마전 제 논문이 교수님 한테 잘 보여서 새 연구를 같이 하기로 했어요, 정신분석이나 아동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요 졸업하고 아동심리전문 병원에 취직할거예요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은 감동적이였어요 제가 어떤 이유에서든 당신의 무의식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을 즐겁게 생각해요 뭐 심리테스트 정도라고 생각해도 좋지만 좀더 전문적인 거죠.”

 

여자는 그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차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사람을 심리적으로 분석하는 습관이 있어요 하지만 절대 사람을 가리지 않아요 모두 제 연구의 대상이 되거든요

 

그런 거라면, 심리학이라는 것이 무당이나 점쟁이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왠지 여자가 그리 대단해 보이진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거라면, 우리들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랜시간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마 여자의 얘기를 무시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여자는 주눅들거나 그러지는 않아다. 오히려 처음보다 더 말이 많아졌다. 어쩌면 그에게 여자는 흥미없는 시간의 일부일지 몰랐다.

 

 

 

마르티니의 상실의바다라는 곡이예요 절묘한 하모니가 마음에 드는 곡이죠 작곡방법도 특이해요 오선지를 쓰지 않고 순전히 코드 순서에 의해 무차별적인 무한한 창자의 가치를 만들어내죠 이곡은 50인조 채임버 오케스트라로 구성된 라스트 이탈리아로마니아에 의해서 초연되었지만 크게 인정받지 못하다가 마르티니의 동생이 편곡하면서 유명해졌어요 이 곡은 당시 시간의 역순차적 결과물에 대한 물체의 해석이라는 평론가들의 평론가들의 평도 대단했었죠 희귀앨범이라 프랑스에서 발매된 현대음악 스페셜 앨범에만 수록되어있는데 거의 없어요 여기서 듣다니 신기하네요

 

레드문에서는 드물게 선곡하는 클래식이다. 여자는 이를 놓치지 않았고,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흥미로운 얘기에 말려들고 말았다. 가끔씩 하던 재채기도 멎인 것 같았다. 나는 목이말라 여자의 물컵에 묻은 물방울 한모금을 마셨다. 여자는 모르는 듯 했다.

 

대단해요 음악전공이세요?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철학책들을 읽는걸 보니 철학전공 아니면 사회학이겠군요 현대음악 매니아에다가 도전과 발전을 싫어하고 대인과의 만남을 꺼리며 혼자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 같아요 어떤가요? 정확하죠?”

 

여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윽고 마음을 가라앉은 듯 평온해졌다. 그리고 마음먹은 듯 충실한 대답을 늘어놓았다.

 

사실 이것저것 가리지 안는 편이죠 뚜렷하게 잘해낼 만한 일은 없지만 모든일에 다 관심을 두죠 지영씨가 하는 심리도 저에게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몇 일씩 고민해 볼만한 가치가 있겠군요

 

음악치료라고 들어보셨어요? 심리도 심리지만 요즘은 요양원에서 음악치료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이런 음악은 난해하기 때문에 요양원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저는 음악자체에도 색까이나 향기가 있다고 맏어요 그런 과정에서 환자들은 공감각이다. 형이상학적 질문에 자아의식을 유도해내죠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어려운 문제는 아니예요 예술은 그 가치에 의존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아요 느끼는 사람들의 형상이나 개개인 서로의 의사소통의 문제인 것 같아요 뭐든지,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의식의 문제지요

 

여자는 그의 말에 의식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자신의 얘기만 했다. 그러나 그 역시 여자의 말에 신경쓰지 않았다. 이 두사람 참 재미있어 보인다.

그는 다시 마음먹고 반격을 시작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행할 수 있는 강한 자존심은 자신의 소리를 두 가지로 나뉘는 거예요 이것 그리고 저것 어떤 것도 정답은 없지만 그 의미는 말하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에 정제 되어진 위선임을 모르죠 자신 스스로 암시하는 정체성의 절정을 잃어 버림으로서 소리 그 모든 것이 조용해질 수 있다는 것, 모차르트나 베토벤 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예전에는 아마데우스와 베토멘의 차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열정과 기교, 천재성과 노력으로 대변되어진 대립이 생겼었지만 지금은 소리의 차이로 바뀌었어요 이를 테면 아마데우스의 41번 주피터 1악장에서의 독특한 리듬과 바이올린의 악센트, 이 소리는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는 부드러운 음색으로서 독립적인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이기적인 소리를 내요 하지만 베토벤은 현실 목적에 의해서 만들어진 심포니아를 추구했어요 이는 그의 열등 의식이나 고독한 외로움을 어울어짐과 같은 공동체적인 소리에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찾아낼 수 있지요 아미도 진정 베토벤이 원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을 겁니다. 합창과 같은 곡이 그걸 증명해주죠

 

한껏 잘난척을 한 두 사람은 잠시 물 한잔씩을 마셨다. 토론과 가벼운 대화라기 보다는 배틀의 느낌이 들었다. 촉촉해진 입술을 닦아낸 그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특히 현대음악이 한창일 때는 라벨의 볼레로에서 이기적인 절정을 절제 시킴으로서 비로소 소리의 흐름이 조용해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서 존케이시가 마침내 소리를 완전히 없애는데 성공하는 433초를 완성해요

 

그 곡은 저도 알아요 현대음악 자체로서 예술적 이미지들을 떠올리지 못하자 스스로 모든 걸 회귀시킨 거잖아요 어떠한 소리도 적용될 수 있는 단 하나의 기록으로 말이죠 암흑의 기록, 마치 블랙박스의 깊이 절제된 기록처럼 말이죠, 심리학에선 그런 문제들이 많이 연구되어지고 있어요 음악이야 말로 자아의식과 오래된 무의식을 끄집어낼 수 있다고 믿어요, 흔히 주술적인 의미죠 또 성격도 결정지어요 이를 테면 식습관이나 손동작 처럼 개인적 취향 말이죠 소리와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지만 공감각에 의해서 여성의 색이 핑크라는 것과 남성스러움과 조심스러움 등 성을 구별 짓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아무래도 베토벤과 모차르트 보다는 지금의 디즈니와 지브리의 비교가 훨씬 쉽겠어요

 

그는 디즈니의 전형적인 유연한 동작과 A Whole New World’를 생각했다.

 

솔직히 디즈니 보단 미야자키가 더 활발한 색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내용면에선 진지한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장난스런 캐릭터는 디즈니의 그것 보다 강한 인상을 줘요 당신이 미국적 개인주의 혹은 그런 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볼 때 저는 아마도 동양의 오리엔탈리즘의 무력함을 가진 토토로의 거대한 덩치라고나 할까? 뭐 그런거죠 서양의 클래식이 미키마우스라면 동양은 미야자키로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차이는 있지만 서방의 합리적인 현실주의에 비해 비합리적이면서 환상주의에 가깝고 서로 융화될 수 없는 타협을 찾아 여행하는 어드벤쳐와 같은 모습을 내포하고 있어요 소리로 대변되는 오케스트레이션을 들어볼 때 일단 서양의 우월성을 동양에서 수용하는 것 자체가 무단히 모호하고 모순적인 거예요.”

 

 

5부에 계속...

2009년 10월 9일 금요일

하루종일 클릭질을 했더니 검지가 아프다.

1년째 쓰고 있는 코지 마우스의 버튼과 손두덩기가 닿는 부분은 모두 색이 바래 벗겨져 있다.

오래된 물건에 애착이 가는건, 아마도 그 물건이 나와 함께한 시간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것에게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래도록 의지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 그 나의 마우스때문에 알게 되었다.

 

어제 처음 구입한 은색 자명종은 또 어떻게 의지하게 될까 시끄러워 아침에 심장이 멎을 것 같이 울어대는 저 스트레스 제조기.... 아무래도 미운정이 들 것같다.

인터넷 소설 DuAL & dUaliTy 3화

-3-  호기심.

 

웨이트리스는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흥미를 끄는 성격은 아니었다. 더욱이 호감가는 스타일도아니다. 필시 웨이트리스의 취향이 독특하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호기심이 발동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자가 의자를 당겨 앉자 그는 다시 재채기를 했다. 이내 여자는 다시 뒤로 물러나야 했다.

 

분명 같은 풍경이라도 사람에 따라 느낌은 다르죠 동일 선상에서의 상대성이라고 할까 어쩔 수 없는 거죠 당신의 습관과 기억은 저의 그것과는 다를 테니까 난 쉽게 이해할 수 없네요. 5일 내내 일하고 새벽이 돼서야 가로등만 켜져 있는 정말 가기 싫은 어두운 집으로 가야 한다는게 무섭고 두려운 일이에요 에스프레소를 싫어하고 우유를 더 좋아하죠 재미없는 일상에서 탈출하고자 뭔가 즐거운 일을 찾아 다니는 주말은 목적과는 다르게 더 지루한 시간일 뿐이예요 당신의 재채기 만큼이나 철학적이거나 특별한 건 아니니까 인생은 사람들의 본능적 인게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당신의 알레르기가 남들과 다르게 구별되니까 그 속에 갇혀 버린 건 아닐까요?”

 

웨이트리스는 뭔가 숨겨 놓은 것을 털어 놓듯이 시원한 목소리로 그에게 대항했다. 왠지 자기 삶을 철학적이라고 얘기하는 그의 인생관에 대해서 상당한 불만이 있는 듯 했지만 호기심은 가라앉지 않은 듯 했다.

 

특히 그가 읽고 있는 책에 관심이 많았는데 여자알레르기와 아리스토텔레스, 쇼펜하우어와 같은 철학자들을 빌어 자신의 희생적 삶에 합리화가 아니냐는 상당한 수준의 독설도 나왔지만 그는 오히려 좋은 토론상대를 만난 것처럼 좋아했다. 웨이트리스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어쩌면 그에게 한발자국이라도 다가갈 수 없음에 화를 내는 것 같았다.

 

대화는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랜지 색 지브리 야구모자는 더 이상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불편했다. 몇 번이나 허공을 돌아다니다가 식은 에스프레소에 빠질 뻔 했다. 이사오 사사키는 이제 지루해졌다. 레드문에 손님은 벌써 몇 번째 바뀌다가 두 명의 여학생이 뭔가를 주문하자 웨이트리스는 주방으로 달려들어갔다. 혼자 남겨진 그는 조명아래 그림자를 드리우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테이블 옆에는 벌써 다섯 권째 책이 쌓여있었지만 내가 앉아있던 것을 알았을까 참치샌드위치와 에스프레소에는 입도 대지 않았다. 나는 왠지 방금 들어온 두 여학생에게 관심이 갔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학생들이 시켜놓은 스테이크와 샐러드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깔끔한 소녀들은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예전엔 사람들 몰래 먹는 것에 접근 하는 법도 익숙해서 굶거나 먹고 싶은 걸 못 먹은 적이 없었는데 요즘 사람들이 예민해졌거나 청결이 습관화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역시나 많이 늙은 탓이리라 결국은 포기하고 제자리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은 하나같이 이곳에 적응을 못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나도 이제 그럴 때가 온 것 같다. 실증이 나는 것도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울증 비슷한 뭔가 가슴속 꽉 막힌 듯 하다. 난 수년째 오염된 공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시대의 적응력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젊은 파리들에게 가르쳐 줄 기술이나 노하우도 없다. 눈이 아플 정도의 밝은 세상과 시끄러운 시내를 돌아다닐 워밍업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그것도 구닥다리 방법일 뿐이다.

 

마치 인간세상에서 흔히 이야기 하는 세대차이라도 나듯이 우습게도 이러한 인생이라면 쉽게 자살이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위의 권유가 뿌리치기 어렵다. 인간들은 파리가 3년이면 수명이 끝난다고 믿고 있다. 불과 몇 세기도 안되는 사이에 그렇게 믿어버린 것이다. 파브르가 파리들을 연구하기 전까지 우리들은 충분히 오래 살아왔다.

 

살충제와 파리채, 사실 우리들은 매운 연기에 눈이 따끔거리는 살충제보단 고통없이 한방에 끝나는 파리채를 선호한다. 그러나 인간들을 원망하거나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갖지는 않았다. 머리가 나빠서였을까 그들의 위력이 대단했기 떄문일까 나는 어디까지나 귀찮기 떄문에 그랬을 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인간의 습성에 꽤 근접하게 그리고 동시에 진화되어왔다.

 

자신과 이야기 해야 한다며 여자가 다짜고짜 그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두 여학생의 샐러드를 훔쳐먹으러 갔을 때 옆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던 두 여자 중 한 사람이 틀림없었다. 한눈에 알아볼 정도의 뚜렷한 이목구비에 짙은 눈썹을 하고 있었다.

 

딱히 미인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모자랐다. 고집있어 보이는 눈매와 말투가 거슬렸다. 긴 생머리는 어깨를 타고 내려왔고 검정색의 미키마우스 티를 입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 여자의 손등에 앉았다. 여자는 감각을 느끼지 못한 듯 했다. 여자는 10분이면 된다며 청했다.

 

여자는 근처 대학에 심리학부 학생이다. 왠지는 모르지만 그에게 어떤 인간적 연구 가치를 느낀 것 같았다. 아마도 연신 재채기를 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높이 쌓인 책도 그렇고, 어쩐지 한눈에 연구대상이라고 알아보았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직감적인 것이지만 샐러드 훔쳐먹기에 실패하고 엿들은 내용을 그에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것 그래서 그 상황을 관망하는 여유로운 나의 자세는 평생의 유일한 재미다.

 

4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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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8일 목요일

인터넷 소설 DuAL & dUaliTy 2화

-2- 레드문

 

그만한 워밍업에도 불구하고 바깥세상은 어지럽다. 소음은 소음대로 시끄럽고 공기는 너무도 탁해서 가래침을 몇번이나 내 뱉어야 시원했다. 태양은 스탠드 보다 크고 넓었으며 뜨거웠다. 다행이 쌀쌀한 바람 때문에 쉽게 식어버렸다.

 

포스트 잇에 다소곳이 적어놓은 레드문을 찾기위해서 한참을 헤메이다가 사람들 옷깃에 채이고 차에 치일뻔했다. 늙은 탓일까 세상 사람들을 이해하거나 적응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 같다.

 

레드문은 조금 핝거한 곳에 있었다. 여러갈래로 갈라진 복잡한 전선들을 따라 고층 건물에서 멀어지다 보면 낮은 언덕과 도로 사이에 레드문 간판이 보인다. 들어가는 방법도 간단하다. 문사이에 틈이 넓기 때문에 충분히 빠져 나갈 수 있다. 다만 3층까지 올라가는데 수고 스러움만 감수한다면 그곳에서 포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외로 레드문은 한가 한 곳이다. 유러피안 재즈가 들렸고 몇몇 사람들은 지극히 조용했다. 창문은 크고 투명했고 블루와 레드가 섞인 인테리어가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디선가 참치 샌드위치 냄새에 신경을 쓰다보니 금새 적응되었다. 냄새 따라가기는 내 특기다. 단순한 설계의 레드문으로서는 식은 죽 먹기로 찾아내었다. 반쯤 먹다남은 샌드위치에 참치 덩어리 하나가접시에 떨어져 있었다. 먹음직 스러운 음식에 다가가 보니 그가 앉아있었다.

 

 ‘지브리라고 적혀있는 오랜지색 야구모자에 흰색 티를 입고 아르키메데스를 펼쳐들고 있었다. 더블에스프레소는 식은지 얼마 안돼는지 아직도 온기가 느껴졌다. 그가 아르키메데스에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참치를 쉽게 먹을 수 있었다. 참치특유의 향과 맛까지 느낄 수 있게 긴 시간 동안 참치조각을 음미했다. 한참이 지난후에 배가 부른 탓일까 조금 쉬고 싶어졌다. 나는 그의 지브리 야구 모자위에 살짝 앉았다. 레드문은 네시간째 그를 허락하고 있었다.

 

더블에스프레서 2000원 참치샌드위치 4000원 마치 그의 자리는 이미 네시간째 이어지는 6000원 짜리 오페라의 객석이 되어 버렸다. 벌써 세번째 책을 바꿔들었다. 손님이 없어 따분한듯 레드문 웨이트리스는 그에게 말이라도 걸고 싶어했다. 6000원 짜리 D급 객석은 이미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길거리의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하고 레드문의 조명도 한층 환한 느낌이다. 오디오 트랙은 이사오 사사키의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죄송합니다. 재채기가 심해지네요

 

그는 자신의 재채기가 웨이트리스 탓인 것처럼 냉담했다.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여자 알레르기라고 하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었다.

 

어머! 죄송해요 단지 얘기를 좀 하고 싶었을 뿐인데벌써 네 시간쨰예요 물론 빨리 나가달라는 얘기는 아니예요 오늘은 손님이 많이 없어 한가하네요

 

웨이트리스는 멀치감치 어정쩡하게 서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마침 그는 책 읽는 것이 실증이 난 것 같았다. 보던 책을 덥어놓고 웨이트리스와의 대화에 동참했다.

 

직업같은게 있으신가요?  프리랜서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는 자신을 무료한 시간과 심심한 지루함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하긴 정말 심심할 정도의 삶 자체에서 어떻게 그걸 견디며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긴 하다.

 

그렇다고 철학 같은 것을 공부하는 건 아니고, 프리랜서 비슷하다고만 해두죠 어쩌면 제 인생에 반성하기도 하는 죄인이 될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성직자가 될 수도 있겠군요, 혹시 니체를 하시나요? 저는 차라투스투라가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죠

 

웨이트리스는 차라투스투라 가 누군지 몰랐다. 남자는 연신 재채기를 해댔고, 마침 붉게 물든 코가 불쌍해 보였다.

 

알레르기라고 했나요? 뭐였죠? 여자 알레르기? 뭐가 문제죠?”

여자알레르기, 아주 지독한 알레르기죠 여자만 보면 심해져요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어요 심할때는 몸에 두드러기도 나고 심하게는 기절도 한적이 있어요 병원에 가봐도 뚜렷한 처방을 기대하기란 어려워요 주는 약을 먹거나 심리 치료를 받아봐도 대인 기피증 같은 건 아니라는데 그런 말들은 믿지 않아요 더군다나 나는 지금까지 이 알레르기 때문에 더 잘 살고 있어요 물론 이해할 수 없겠지만 깨달은 점이 많다고 해야할까요 어쨌든 여자알레르기라고 여자에 대한 편견 같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 좀더 철학적인 뭔가가 있어요 어쩌면 정신적인 것일 수 도 있겠군요.”

 

그는 정신적인 에너지는 에로스적 본능과 타나토스적인 본능으로 나뉜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알레르기에 대해서 합리화 하려고 했다.

 

에로스적 본능은 생명유지와 관련되어 있어요 즉 자신을 보존하고 싶은 욕망을 뜻하죠 때문에 사랑을 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하나는 타나토스적 본능인데 이것은 모든 생명을 파괴시키려는 본능이예요 따라서 사람들은 공격적으로 변화되는 거라고 보는거죠

 

그렇다면 그 에로스적인지 뭔지 하는 것이 자신에 대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는 것인가? 마치 코엘료 소설 베로니카를 연상시키는 듯 했다. 그는 가끔씩 내가 거슬리는지 허공에 손을 휘두른 다음에야 이야기를 이어갔다. 웨이트리스가 이야기에 집중할수록 그에게 몸이 다가왔다. 그때마다 남자는 재채기를 연발했지만 이야기는 중단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아요 다만 귀찮을 뿐이죠 특이한 알레르기 때문에 오해도 많았어요 학교다닐때는 그게 유전적인 거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태어날 때 부모님으로부터 버려졌다고 믿게 된거죠 아마도 아버지가 심한 여자 알레르기 였을 거예요 제가 태어난 것을 가끔 의심할 때가 많아요.”

 

최근 수십년간 그를 보며 느낀 거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용기가 부족해서 시행착오를 격게된다. 몇 번의 실패는 도전의욕을 상실시키게 되고 그게 보통 사람들의 심리란 걸 알았다. 인간의 인생에는 특별성도 차별성도 그리고 상대성도 없었다. 단지 그저 시간에 길들여진 망각의 행동과 움직임 뿐,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다림에 화를 내며 견디기 힘들어 하는 아주 본능적인 기질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3부에 계속...

2009년 10월 7일 수요일

인터넷 소설 DuAL & dUaliTy 1화

-1- 플라잉

 

 

적막한 시간이다. 뭐라고 설명할수 없는 암흑속의 잠재된 공간, 책상만을 비추고 있는 은색 작은 스탠드는 어느새 눈을 붉게 자극하고 있었다. 커다란 책장은 이미 낡아 빼곡이 채워진 책들로 그 무게를 지탱해 내고 있어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쾌쾌하고 차가운 냄새만이 존재한다. 내가 살기에는 충분하다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시트, 적막함을 조장하는 커다란 아날로그 시계 밑으로 걸려진 니체의 초상화가 시간을 더욱 암울한 정지의 어둠으로 이끌리게 한다. 냉장고 냉매 작동소리와 이리저리 휘져으며 돌아다니는 내 날개의 마찰 소리만이 이 방의 유일한 소음이다.

 

그가 나간지 세시간째지만 금방 돌아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00년 동안 여러 사람들의 집에살면서 누릴건 다 누리고 살아봤지만 이 집처럼 단순하고 재미없는 곳도 없었다. 책상위에 눌러 붙은 인스턴트 커피만 빨아먹으며 허기를 채운 탓일까 외출이라도 해서 누군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것을 미행리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런 곳은 우리들 사이에서 금지된 흔히 청결지역이라는 곳이다. 왜냐하면 에어커튼이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놈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쉽게는 들어가지 못한다. 그런 거라면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 보는 것이 나아 보인다.

 

그가 적어 놓고 나간 노란색 포스트잇 에 레스토랑 레드문의 주소가 적혀있다. 분명 나를 위한 것은 아니리라 생각했지만 그가 세 시간씩 버티고 있는 곳이 거기란 걸 눈치 챌 수는 있었다.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약간의 틈을 이용해서 바깥의 공기도 들어왔다. 물론 나도 충분히 나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나가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 어두운 방에만 있다 보니 갑자기 밝은 빛을 보게 되면 내 눈의 수많은 조직들이 상하게 될까 걱정이었다. 하긴 무려 100년을 살았으니 건강을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가 돌아오기 까지는 무척이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일단 빛에 적응하기 위해서 방 주위를 몇 바퀴 돌아야 했다. 빼곡히 꽃혀 있는 책장부터 시작했다. 일종의 워밍업이다. 눈을 굴려가며 5단으로 쌓여있는 책장의 책을 한번 훑어 올려가며 제목들을 음미했다. 니체의 힘에의사상쇼펜하우어처럼 살아가기’, ‘뉴에이지 오케스트레이션’,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지브리 상상법’, ‘오만한 제국지난 세기에 만난 기억이 있는 리중우의 후흑학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책들은 어지러움에 적응하는 방법이다.

 

갑자기 많은 빛을 보게 되면 어지러워서 제대로 날지 못하게 되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조금이나마 안정된다. 다음으로 책상 위 스탠드 속으로 돌진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바깥 세상의 강렬한 빛을 두려워하는 공포심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몇 번 시도했었지만 번번히 그의 니체 바로보기 38페이지에 곤두박질 치곤 했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언제 한번은 이 낡고 쾌쾌한 방에서 탈출하고자 워밍업으로 이 방법을 쓰다가 쇼펜하우어 508페이지에서 그의 손에 잡힐뻔한 무서운 기억도 있었다. 위험하지만 적응력을 키워주는 상당히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처음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실천할 때 모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 건강 탓도 있지만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스탠드 온도에 화상을 입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김없이 또 곤두박질 쳐버린다. 이번엔 존내쉬의 게임이론그래프에 떨어졌다. 봐도 모르는 그런 두꺼운 책 덕분에 왠만큼 쿠션역할을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바깥 세상의 소음도 견뎌야 한다. 최소 25db정도의 소리에 적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의 방에는 조그만 오디오 디스크가 있다.

 

 이 기계의 작동법은 모르지만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스피커 속에는 위험한 자기장이 있는데 그런 자기장을 작동시키는 붉은색 선이 하나 있다. 그는 늘 타이머를 예약해 놓는데 붉은색선의 접선이 불안하여 타이머를 설정해 봐야 작동은 되지 않는다. 나는 그 시간에 맞춰 붉은색 선을 조금만 건드리는 것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처음에는 무척 시끄럽고 견딜 수 없었지만 그가 설정해 놓는 디스크에 따라 좋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꼭 밖에 나가려고 이러지 않아도 종종 작동을 시켜놓는 경우도 많다. 오늘은 그의 기분이 조금 우울한 것 같다. 붉은색선은 스피커의 자기장을 타고 에릭시티의 짐노페디를 진동시킨다.

 

조금은 견딜만하다. 비로소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모든 작업을 마쳤다. 마치 육상트랙을 돌 듯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빛이 새는 조그만 틈 사이로 빠져나간다. 세상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이렇듯 힘겹고 어려운 준비가 있어야 한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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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6일 화요일

사랑, PART2

사랑, PART2

  

                               김용희

 

다가서지 못한 사랑

커다란 나무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 험난한 기다림...

2009년 10월 5일 월요일

달빛 드라이브(MOONlight DRIVE.) 최종화

[최종화 ; 드라이브]

 

 

노교수는 드디어 두개의 달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이제 세계의 경제가 변화할 시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너무도 오랜 시간동안 경제는 자본과 노동으로 이루어진 이 모순된 결과물에 대한 오류를 인정해야 하며 두개의 달은 세계경제가 아니라 우주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으며 지금 현재를 완전히 뒤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쨌거나 저 노교수는 지금 자신의 추억이 사라지는걸 알고 있을까 궁금했다. 노교수의 그 아픈 추억만큼은 잊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부인에게 죄책감에 괴로워하면서 살아왔을 고통스러움을 알 것 같다.

 

노교수가 걸린 병이 저 두개의 달과 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고통의 추억을 기억해내지 말고 그대로 저 달로 채워져서 죄책감 같은 것 없이 편안하게 떠났으면 좋을 것 같았다. 놀랍게도 나는 처음으로 노교수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뿌연 연기를 보았다.

 

- 이제 카운트다운이 시작될 거예요 아직 당신이 살아있다고 안심하면 안돼요 달이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

 

현정씨가 초인종을 눌렀다. 맥주를 잔득 사가지고 와서는 오늘은 시간이 괜찮은지 물어봤다. 안된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괜찮다고 해버렸다. 현정씨도 요즘 들어 계속 우울해 있는 것 같고 두개의 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저번에 이상한 메시지 때문에 그런 건 지 알 수 는 없었지만 나도 그랬던 것처럼 그녀도 많이 심난해 보였다.

 

“요즘 많이 힘들어요?”

“그건 왜? 내가 힘들어 보여? 괜찮아 아직 나는 멀쩡해”

 

하지만 현정씨 눈에서 눈물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나는 담배 하나를 꺼내 현정씨에게 권했다. 거절당한 담배 한 개비는 내 입에서 뿌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왜 그래요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거죠? 말해 봐요”

 

현정씨는 눈물을 거두고 붉어진 볼과 눈으로 나를 보았다. 슬픈 눈에서 마지막 눈물이 흘러내렸다.

 

“전남편이 찾아왔어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위자료를 주겠다고 하더군 법원에서는 기각했었지만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미안하다며 위자료를 청구하라고 하더라고 나는 괜찮다고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했더니 아이를 달라는 거야 자기가 키우겠다고 어이가 없어서 아이는 절대로 줄 수 없다고 하니까 그 사람 뒤에서 변호사가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위자료는 부인이 물어야 된다고 하잖아 아니 다 끝난 일가지고 지금 와서 무슨 소리들을 하는지 법원에서는 내가 자녀를 양육할만한 경제적 능력과 직장이 없다는 이유에서 그런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한거야”

“현정씨는 가장 소중한 기억이 뭐예요?”

“어?”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그런 추억”

“글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런데 갑자기 왜”

 

현정씨는 자신의 고통을 울면서 까지 늘어놓았는데 고작 대답이 그런 허무한 얘기에 화가 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건 그런 유치한 추억 따위가 아니야 난 지금 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고”

“하지만 이 현실도 내일이면 추억이 될 수도 있어요. 현정씨에게 제일 소중한 추억은 지금이예요 그렇죠? 지금이 아니면 아이들을 볼 수 없고 그러면 아이들에 대한 추억도 모두 사라지니까”

 

현정씨는 이제서야 담배를 입에 물고 필터에 붉은 루즈를 묻혔다.

 

“맞아 지금까지 살면서 내 아이와 같이 했던 시간만큼 소중했던 시절도 없었어. 글쓰기를 죽도록 싫어했지만 아이들 임신하고부터는 육아일기를 매일 썼어 지금도 쓰고 있는걸, 아이 아빠와 싸우고 나서도 내 사진은 찢어버렸어도 아이들과 같이 찍은 건 절대 찢을 수가 없었지 너무도 소중했던 건 나보다 아이들이었어. 그래서 지금이 너무 슬픈 거야”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런 추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소중했던 추억을 찾지는 못했다. 현정씨는 쇼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혼자서 너무 많이 마신 것이다. 나는 아직 취하지 않아서인지 졸음이 오지는 않았다. 오늘따라 두개의 달이 선명하게 보인다. 밤이 깊어지면 질수록 두개의 달은 더욱 짙어졌다.

 

갑자기 순간의 적막을 깨는 날카로운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마자 순간 문고리를 놓치고 말았다. 깜짝놀라 한발 뒤로 물러섰더니 지영은 스스로 문을 열었다. 멀쩡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약간 취했는지 몸을 비틀거렸다.

 

“나 좀 데리고 나가줄래? 나 떠나고 싶어 지금”

“취한 것 같다. 집까지 데려다 줄게 잠깐만 기다려”

 

현정씨 한테는 미안하긴 했지만 차 좀 빌려야 했다. 자고 있는 현정씨 손에서 차 열쇠를 훔치듯이 살짝 가지고 나왔다.

 

“떠나고 싶어 집으론 가지마 부탁이야”

 

취해서 하는 말이라 생각하고 현정씨 차에 태웠다. 지영을 뒷좌석에 눕히고 시동을 걸었다. 왜 그랬을까? 왜 나를 찾아왔는지 생각했다. 출발을 하고 나서 조금 있다가 지영운 설며시 일어나 내 어깨를 잡았다.

 

“시현아 부탁이야 우리 떠나자 나 아직 정신 멀쩡해 어디로든 가고 싶어”

진심일까? 진짜 취하지 않은 걸까? 헷갈리기 시작했다. 지영이 집으론 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무작정 달렸다. 어디든 어디로든 내가 가는 방향대로 그렇게 차는 움직여주었다. 두개의 달은 너무도 밝았다. 유리창으로 두개의 달이 동시에 비추고 내 얼굴도 비추고 있었다. 초승달이었던 달은 많이 차올랐다.

 

이제 내가 될 수도 있었고 또 아닐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영과 같이 어디로 간다는 것이 즐거웠다. 속도는 점점 올라갔다. 더웠는지 지영이 창문을 열었다. 상쾌하게 바람이 들어왔다. 에코 브릿지를 지나고 나서야 도시를 빠져 나왔다. 나도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길이 있으면 무조건 달렸다. 차들도 없었고 이 도로위에는 두개의 달이 비추는 나와 지영뿐이다.

 

“미안해”

“...”

“미안해 정말이야”

“괜찮아 달밤에 드라이브 하는것도 나쁘진 않은데 뭐”

“바보야! 그게 아냐 그게 아니라고 나 너 좋아해 아주 많이 내가 먼저 말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네가 거절할까봐 그게 두려웠어 애초에 없었던 일이었으면 아니, 차라리 몰랐던 거라면 좋았을 거야 이젠 늦었어”

 

밤안개가 자욱했다. 속도를 줄였다. 밤이슬로 도로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지영이가 날 좋아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도 좋은 밤이라고 생각했다. 달빛을 반사해낸 도로는 밝았다.

 

“시현아 부탁이 있어”

“뭔데?”

“나 기억해줄 수 있지? 내 사진 가지고 있는 거 많을 거야 그치? 그걸로 날 기억해줘 나는 너를 기억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았어. 몰래 나를 좋아하는 네 모습이 좋았고 꼬박꼬박 보내주는 문자도 고마웠어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 준 것도 행복했어 하지만 그런 기억은 잊어버렸고 다시 기억하려고 하면 기억이 나지가 않아 같이 했던 기억, 그것만은 꼭 간직하고 싶었는데 보고 싶어서 눈감으면 너는 보이질 않아 난 그게 미안했어 너를 자꾸만 잊어가고 아니 잃어버리고 있다는 걸 정말이지 미안해”

 

차를 멈췄다. 주변은 너무도 조용했다. 차가운 엔진소리와 데워진 연기만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영의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차가운 기운이 몸을 휘감았다. 이제 더 이상 지영은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두개의 달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은두개의 달 중 하나를 확인하지 못했다.

 

“나도 말할 기회를 줘 지영아!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너를 기억하지 못해서 미안해.”

 

뜨거운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게 나의 소중한 기억이고 추억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찾고 싶었던 것, 살기위해서 생각해야 했던 것이 지영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내가 그런 소중했던 기억을 생각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소중한 추억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멀리서부터 그 추억을 나는 점점 잊어가고 있었다.

 

- 이제 삶은 남겨진 사람들의 것이 예요 당신이 살아있다면 이미 느꼈을 겁니다.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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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4일 일요일

달빛 드라이브(MOONlight DRIVE.) 4화

 [4화 ; 꿈]

 

 

- 달이 두개라면 태양은 왜 혼자지? 두개의 달은 냉혹하리만큼 차가워 보여 -

 

“어머! 이 책이 다 뭐야? 열심히네? 우리집에 카레 잔뜩 해놨는데 먹으러 오지 않을래? 너무 많이 했나봐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현정씨 집에 초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현정씨는 아랫집에도 카레를 조금 나눠주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오늘은 조금 바빠서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다음에 먹을게요.”

“그럼, 기다려봐”

 

집으로 들어가더니 카레를 담은 냄비를 건 냈다.

 

“잘 먹을게요.”

“나도 아직 저녁전인데 같이 먹어도 될까? 방해는 하지 않을게 집구경도 하고 싶고”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책을 쇼파로 던져놓고 가스불에 카레가 담긴 냄비를 데우기 시작했다. 그 다음 컴퓨터를 켜고 저장해 놓은 보고서를 찾았다. 현정씨는 이곳저곳 꼼꼼하게 집구경을 하고 있었다. 남자 혼자사는 집이 어떤지 참 궁금했던 모양이다. 오늘 아침에 청소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에 카레가 데워졌다.

 

“아!”

“왜 그래?”

“밥이 없어요.”

 

현정씨는 구경하다말고 집에 가서 커다란 그릇에 꼬들꼬들 하게 지어진 흰쌀밥을 가지고 왔다. 카레를 흰쌀밥에 덮고 흰 밥이 노랗게 변할 때까지 비볐다.

 

“아직도 연구중인게 많이 남았나보지? 식사중에도 그렇게 봐야해? 그런 남자가 제일 멋없어”

“멋없어도 할 수 없어요 중요한 일이니까”

 

현정씨는 심심했는지 나의 대답에 시큰둥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너무하다 싶어 미안해서 물어봤다.

 

“아이들은요?”

“자, 시현씨 여자친구 없지? 연애도 한번 못해보고 내말이 맞지?”

“예?”

“아니 그렇잖아 여자가 앞에 앉아있으면 말도 좀 걸고 재미있게 해줘야지 그러다가는 결혼도 못할 거야 ”

“아까 바쁘다고 했잖아요 그냥 식사만 하신다면서”

“그러니까 밥 먹을 때는 좀 쉬어야지 그렇게 책만 보고 있으면 소화가돼?”

“그만해요 기분상하겠어요”

 

- 두개의 달은 사람들의 추억을 없애고 있어요. 오늘 알아냈죠 지금은 보름인데 나머지 하나는 아직도 초승달이예요 -

“아직도 이상한 문자 와? 대답을 잘해준 모양이네?”

 

나는 베란다로 나가서 확인했다. 분명 하나는 보름달이고 다른 하나는 초승달이었다. 놀라운 일이다. 이런 거라면 이제 사람들도 웅성거릴 때가 되었다. 누구도 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서 나몰라라 하고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추억을 없앤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아니 말이 되지 않았다.

 

“현정씨 이것 보세요. 이상하죠?”

“글쎄 이 문자가 사실이라면 난 추억 없이 살순 없어 그동안 찍었던 사진이나 일기는 모두 사라지는 거잖아 그건 추억이 아니라 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예기지 왠지 갑자기 무서워지는데?”

“그러게요”

 

현정씨와 나는 한참을 베렌다에서 두개의 달을 관찰했다. 하나는 보름달 그리고 또 하나는 초승달 그리고 나사(NASA)의 계획은 잘 돼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 사람들의 추억이 모이게 되면 달은 점점 차오르고 결국 사라지게 될거예요 -

 

아침부터 핸드폰문자 때문에 일찍 잠에서 깼다.

 

- 그 추억이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거지? -

- 죽음, 추억은 죽음을 가지고 가죠. 인간의 모든 것, 그것 없이는 달이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알지? 난 믿을 수 없어 -

- 당신이 달을 채울 수도 있어요. 누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

- 추억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되지? -

- 달은 잊고 있는 추억만 가지고 가죠. 잊었던 기억을 계속 생각 해야돼요. -

 

어느새 난 소중했던 것을 자꾸만 생각해내고 있었다. 어떤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인지 쓰다가 말았던 일기와 여러장의 사진들을 펼쳐놓고 추억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도 모두가 소중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모두기억 해내기는 불가능했다. 이것들 중 어느 것 하나 빼앗기기는 싫었다. 모두가 거짓말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계속 불안했다. 담배를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든 손이 조금 떨렸다.

 

두개의 달이 나를 데려간다면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말도 안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담뱃불에 손가락을 데었다. 데인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고 산책을 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보이는 두개의 달 중 아직 차오르지 않은 초승달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사라진다면 놀라서 슬퍼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세어보았다. 애석하게도 5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건 미친 짓 이라고 계속 혼잣말을 하면서도 머릿속에선 추억을 생각해내고 있었다. 정말 기억해내기 싫은 기억들도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어렸을 적의 추억들도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기억들은 금세 잊어버렸다. 혹시 내 추억이 이미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황급히 집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켜고 프린트와 스캐너를 작동시켰다.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스캔 했고 일기는 컴퓨터 워드 파일로 옮겼다. 모두 옮긴 후에는 여러 군데 무료서버와 유료서버에 동시 전송시키고 압축된 파일에는 암호를 걸어놓고 시디로 카피했다. 이렇게 하면 추억을 잃어버리더라도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됐다. 초승달은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지고 있었다. 그 문자메시지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게 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며칠 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지영을 보게 되었다. 서로는 무엇도 말할 수 없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서먹한 분위기였다. 그냥 지나칠까 생각해봤지만 먼저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그냥 지나치기에는 늦은 듯 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두근거렸다. 결국 책 한권을 떨기고 말았다.

 

“책 좀 반납하려고 오랜만이다. 잘지내지?”

“아니, 그냥 그래 예전과 똑같아 너는?”

“나도 그렇지 뭐”

 

그리고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나 나와 지영은 그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에 뭐라고 말해야 될지 정말 망설여진다. 어떤 예기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랐다. 이럴 때 대호가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만 했다.

 

지영은 이상해 보였다. 완전 딴사람인 것처럼 말했다. 뭘 말하려는지 알아듣지 못해서 입모양을 유심히 보기도 했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말하다말고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다. 이런일이 몇일 전에도 있었고 최근들어 심해졌다고는 하지만 걱정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나 왜이러지, 저번에도 이러더니만 미안해”

 

잠시 멍하게 있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가버렸다. 평소와는 달랐지만 무슨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걸어가는 지영이의 뒷모습을 보다가 떨어진 책이 생각나서 주웠다. 몸은 뜨거웠다. 한숨을 쉬고 두근거리는 혈압을 낮춰야 했다. 자판기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 마시면서 지영의 모습을 생각했다. 긴 머리는 조금 자른 것 같고 예전같이 화려한 화장은 하지 않았다. 구두를 신어서 그런지 키도 조금 커보였다.

 

대학원 공부가 힘이 드는지 살도 많이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여러면에서 조금씩 바뀐 부분이 있었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두근거림은 같았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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