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7일 수요일

인터넷 소설 DuAL & dUaliTy 1화

-1- 플라잉

 

 

적막한 시간이다. 뭐라고 설명할수 없는 암흑속의 잠재된 공간, 책상만을 비추고 있는 은색 작은 스탠드는 어느새 눈을 붉게 자극하고 있었다. 커다란 책장은 이미 낡아 빼곡이 채워진 책들로 그 무게를 지탱해 내고 있어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쾌쾌하고 차가운 냄새만이 존재한다. 내가 살기에는 충분하다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시트, 적막함을 조장하는 커다란 아날로그 시계 밑으로 걸려진 니체의 초상화가 시간을 더욱 암울한 정지의 어둠으로 이끌리게 한다. 냉장고 냉매 작동소리와 이리저리 휘져으며 돌아다니는 내 날개의 마찰 소리만이 이 방의 유일한 소음이다.

 

그가 나간지 세시간째지만 금방 돌아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00년 동안 여러 사람들의 집에살면서 누릴건 다 누리고 살아봤지만 이 집처럼 단순하고 재미없는 곳도 없었다. 책상위에 눌러 붙은 인스턴트 커피만 빨아먹으며 허기를 채운 탓일까 외출이라도 해서 누군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것을 미행리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런 곳은 우리들 사이에서 금지된 흔히 청결지역이라는 곳이다. 왜냐하면 에어커튼이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놈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쉽게는 들어가지 못한다. 그런 거라면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 보는 것이 나아 보인다.

 

그가 적어 놓고 나간 노란색 포스트잇 에 레스토랑 레드문의 주소가 적혀있다. 분명 나를 위한 것은 아니리라 생각했지만 그가 세 시간씩 버티고 있는 곳이 거기란 걸 눈치 챌 수는 있었다.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약간의 틈을 이용해서 바깥의 공기도 들어왔다. 물론 나도 충분히 나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나가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 어두운 방에만 있다 보니 갑자기 밝은 빛을 보게 되면 내 눈의 수많은 조직들이 상하게 될까 걱정이었다. 하긴 무려 100년을 살았으니 건강을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가 돌아오기 까지는 무척이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일단 빛에 적응하기 위해서 방 주위를 몇 바퀴 돌아야 했다. 빼곡히 꽃혀 있는 책장부터 시작했다. 일종의 워밍업이다. 눈을 굴려가며 5단으로 쌓여있는 책장의 책을 한번 훑어 올려가며 제목들을 음미했다. 니체의 힘에의사상쇼펜하우어처럼 살아가기’, ‘뉴에이지 오케스트레이션’,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지브리 상상법’, ‘오만한 제국지난 세기에 만난 기억이 있는 리중우의 후흑학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책들은 어지러움에 적응하는 방법이다.

 

갑자기 많은 빛을 보게 되면 어지러워서 제대로 날지 못하게 되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조금이나마 안정된다. 다음으로 책상 위 스탠드 속으로 돌진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바깥 세상의 강렬한 빛을 두려워하는 공포심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몇 번 시도했었지만 번번히 그의 니체 바로보기 38페이지에 곤두박질 치곤 했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언제 한번은 이 낡고 쾌쾌한 방에서 탈출하고자 워밍업으로 이 방법을 쓰다가 쇼펜하우어 508페이지에서 그의 손에 잡힐뻔한 무서운 기억도 있었다. 위험하지만 적응력을 키워주는 상당히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처음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실천할 때 모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 건강 탓도 있지만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스탠드 온도에 화상을 입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김없이 또 곤두박질 쳐버린다. 이번엔 존내쉬의 게임이론그래프에 떨어졌다. 봐도 모르는 그런 두꺼운 책 덕분에 왠만큼 쿠션역할을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바깥 세상의 소음도 견뎌야 한다. 최소 25db정도의 소리에 적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의 방에는 조그만 오디오 디스크가 있다.

 

 이 기계의 작동법은 모르지만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스피커 속에는 위험한 자기장이 있는데 그런 자기장을 작동시키는 붉은색 선이 하나 있다. 그는 늘 타이머를 예약해 놓는데 붉은색선의 접선이 불안하여 타이머를 설정해 봐야 작동은 되지 않는다. 나는 그 시간에 맞춰 붉은색 선을 조금만 건드리는 것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처음에는 무척 시끄럽고 견딜 수 없었지만 그가 설정해 놓는 디스크에 따라 좋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꼭 밖에 나가려고 이러지 않아도 종종 작동을 시켜놓는 경우도 많다. 오늘은 그의 기분이 조금 우울한 것 같다. 붉은색선은 스피커의 자기장을 타고 에릭시티의 짐노페디를 진동시킨다.

 

조금은 견딜만하다. 비로소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모든 작업을 마쳤다. 마치 육상트랙을 돌 듯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빛이 새는 조그만 틈 사이로 빠져나간다. 세상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이렇듯 힘겹고 어려운 준비가 있어야 한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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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1. trackback from: 가족 -1
    "할아버지 저 다녀 왔어요" "신혼여행 갔다 온겨?" "할아버지 저 외국서 공부 하다고 돌아 왔어요..." "오호 참 그렇지. 그래 어서 오너라. 그런데 니 처는?" "할아버지 저 경락이예요. 아버지가 아니라." "아 그래 닮았어, 닮았어.." 마지막 대화였다. 내가 유학가 있는 동안 치매가 심해지신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 할아버지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낸 사랑하는 사람이였다. 아직도 할아버지가 누워계신 관이 화마로 들어가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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