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파리들은 인간의 대화에서 그들이 진짜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집요하게 인간들을 괴롭혀 왔고 알면알수록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가게되는 딜레마가 생기게 되었다.
거짓말이란 것도 알았고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거짓의 현상만을 유지시키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진정한 내면의 마음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우리로서는 계속 귀찮게 하는 수 밖에 별 방법이 없었다.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내가 젊었을 적이다. 조용한 밤 결혼을 약속하게 된 그녀와 무도회에 갔을 때였다. 그녀와 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판당고를 추었다. 서로는 행복했고 정말 이 시간이 영원하기를 간절히 바랬다. 풍성한 음식들과 화려한 궁전의 장식들 나는 그 중에 붉고 보라빛이 약간 들어가 있는 작은 보석을 선물하고 청혼을 했다. 멋진 음악과 함께 그녀의 얼굴을 붉어졌다. 우리는 행복했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이 세상 이 사람들보다 충분하다고 믿었다.
시간이 지나서도 그 궁전을 떠나지 않았다. 거기소 영원토록 살길 약속하고 결혼도 하였다. 무도회는 정기적으로 열렸으며 그때마다 화려한 장식과 많은 음식들은 늘어만 갔다. 그러나 이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고 반란으로 수많은 왕이 바뀌었다. 그리고 혁명으로 더 이상 무도회도, 판당고도 없었다. 그녀는 창백해져 가고 있었으며 나는 안타까웠다. 어디가 아픈지 뭐가 잘못되서 그런지 알 수 없이 애만태워야 했다. 인간들은 우리들의 오랜 보금자리인 궁전을 허물었다.
그녀는 그때 죽었다. 그 이후 나는 아프리카로 가는 영국증기선에 올랐다. 어딘지 모를 미지의 땅, 그곳엔 나 같은 파리들이 많았다. 서로 모여 살면서 인간에 복수할 생각을 하는 파리들이었다. 그 틈에 끼어 인간을 연구하는 단체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인간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이 있었다. 실제로 정보수집을 잘 갖추어진 연락망으로 지금의 네트워크 처럼 정확하고 빨랐다. 그 곳에서 인간의 글을 배웠고 행동 패턴을 연구했다. 수세기 동안 유지되어온 그 그룹은 2차대전을 이후로 뿔뿔히 흩어졌다.
인간의 습성은 특이하고 난해하게 보이지만 예상회로 단순한 면이 있어서 뜻 밖에도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때문에 더 어려워진다 난 그게 싫다 그게 싫어서 모든걸 포기하고 지켜 보기만 할 뿐이다. 그 때의 기억은 파편처럼 사라지거나 가슴깊이 박혀 버려서 녹이 슬거나 썩어 없어졌다 지금 살아가는게 미묘할 따름이다. 언제 죽을지도 궁금하지 않다. 그렇다고 두렵지도 않으며 아직 까지 해결되지 않은 인간의 수많은 오류들을 연구할 기력도 할 마음도, 용기도 없다 지금 나와 같이 사는 그 남자처럼 그냥이다. 무의미하다 오래된 음식을 먹는 일이나 고급요리를 먹는 자체가 생활의 일부분이지만 그의 방에서 인스턴트 커피로 요기하는 공허함은 산 송장처럼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도록 한다. 예전처럼 판당고를 출만한 궁전도 없었다. 내곁에 있어야 할 그녀도 없고, 차디찬 얼음궁전이나 이글루 처럼 내 몸은 더 이상 달아오를 열정이 남아 있을리 없다.
어제 그가 흘리고간 치약에 앉아 얽혀있는 생산과 비용곡선들 그리고 포스트 잇에 메모되어 있는 비판 철학의 난해한 문제를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는 노력이 실증날리 없었고 오래전에 배운 인간들의 언어도 익숙해져 있어서 일까 나는 그들을 닮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 그러지 못하다는 것을, 이 한계를 소심하게 자책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걸음걸이는 어눌하기 짝이 없었다. 그의 어깨로 빗방울이 내려앉아도 털어낼 신경을 쓰지 않고 가로등 불 빛으로 사라지는 뒷모습도 어지간히 힘이 없어 보였다. 송지영이란 여자도 레드문 웨이트리스도 그에게는 도대체 뭘까? 물어보고 싶다. 그의 뒷모습에서 알 수 있는 건 내 머리로는 비맛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일 뿐이다. 내일도 모래도 지금처럼 레드문에서 에스프레소와 참치샌드위치가 식을 때 까지 앉아있을 그런 사람이다. 나는 또 그의 새로운 만남을 보게될 거고 또 어둠이 시간을 넘기고 있을 뒷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묵직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거의 몇 시간째 미동도 없던 그림자는 좌우로 크게 움직였다. 허기지는 배고픔도 적응되어 그의 깔끔한 침대시트위에 기력을 소진한채 마치 갤러리에 온 것 처럼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오디오에선 예전 트리니다드에서 판당고를 추었던 6/8박자 진동이 울려퍼졌다. 조용하고 적막하게 그 곡이 그림자에 동화되었다. 이상하게도 레드문이나 도서관에 나가지 않았다.
커피또한 다 마신지 오래되었고 책상위엔 마르크스만이 그에게 무언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마르크스를 만난적은 없다. 단지 그에게 있어서 수많은 만남중에 하나라는 것과 오랜시간 꺼내보지 않은 새 책들중 가장 두껍다는 것 이제 겨우 8페이지 째 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책장엔 그 흔한 소설책 한 권이 없다. 보통사람이라면 읽지 않더라도 베스트셀러 쯤은 가지고 있는게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그의 책장에 어두운 색깔을 힘들어할 무게들로 가득하다.
6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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