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아려온다.
만월의 밝음은 가로등을 따라 또 하나의 달이
기웃거리고 눈동자에 검은 비가 드리우면 그림자가 어둠을 더욱 짙게한다.
누군가와 함께했던 지난밤 짦은 꿈은 설레이는 가슴알이에 불과하고 정지된 시간에야 비로소 깨어나 다시 두눈 동그랗게 뜨고 기대한다.
날 도와줘! -판타지아에서-
[1화 ; 문자.]
어느 날 인가 하늘에 두개의 달이 뜨기 시작했다. 낮에는 하나의 태양이 밤에는 두개의 달이 이 세상에 나타났다.
그런 두개의 달을 보고 사람들은 예상외로 차분했다. 지구 종말의 예고라는 예언자가 나타나거나 대혼란이 올 것이라는 사회학자의 인터뷰 장면들은 보이지 않았다. 늘 그렇게 오래전부터 두개의 달이 떠있었다는 식으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두개의 달을 즐기러 밤마다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나도 역시 아무렇지 않게 학교에 나갔으며 강의 시간에 노교수도 두개의 달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다만 칠판 가득히 사회자본의 이동경로와 자본주의 자본에서의 딜레마를 늘어놓으며 열을 올릴 뿐 그 노학자의 눈에 두개의 달은 자신의 이론 앞에서는 무관심한 존재였다. 모두가 그랬다. 두개의 달에 대해서 신기해하지도 않았고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늘 그런대로 평소처럼 망설이지 않고 평화로웠다.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했던 혼란은 없었다. 대학가 주변의 카페와 술집에선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다행이도 맥주 가격은 같았다. 해가 질 무렵 태양과 두개의 달을 관찰하려는 천문학과 학생들과 교수들만이 운동장에서 렌즈에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듯 들이대고 있었다. 어느덧 밤이 찾아와 지쳐서 돌아온 집에는 저녁을 먹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굶기로 했다.
TV를 켰을 때 뉴스타이틀에서는 특이하게도 두개의 달을 내세우며 방송사 로고송이 들렸다. 특집으로 누군가를 인터뷰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낯익은 모습에 누군지 생각했지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뒤늦게 뜬 자막에선 세계적인 천문학자인 ‘드레이코 닐‘ 박사가 아나운서와 두개의 달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새로운 운석하나가 지구 괘도에 들어왔으며 중력권에서 돌고 있다는 가설을 늘어놓으며 자신이 증거로 내놓은 사진들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려 듯 카메라에 사진들을 늘어놓았다. 지구주위를 돌던 몇 개의 인공위성이 파괴되었다는 나사(NASA)의 자료들을 첨부하여 보여주며 천문기지에서 찍어온 그 운석의 표면을 찍은 몇 안돼는 사진을 근거로 아나운서와 카메라맨에게 줄기차게 설명하는 모습이 시끄러웠다.
쥐뿔도 없는 머리에 진하게 염색을 한 노교수가 이번엔 철저하게 시장을 조사해서 화폐의 유동적인 과정을 관찰하라는 숙제가 생각났다. 드레이코 박사의 코미디가 싫증나자 채널을 케이블로 돌려놓고 컴퓨터에서 자료를 수집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두개의 달은 보이지 않는다. 그 비는 이번 주 내내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달을 보여주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것 같았다. 두개의 달은 과연 무엇일까? 모니터에 들어난 시끄러운 이미지들이 번쩍거렸다.
- 오늘은 달이 보여 두개가 모두 똑같아 그런데 만월에 그림자는 왜 하나뿐일까..? ㅠㅠ -
이상한 문자 하나가 내 핸드폰에 전송됐다.
아는 번호 같지는 않았다. 5년이 지나도록 핸드폰을 바꾸지 않아서 그런지 요즘 부쩍 잘못 전송된 메시지 건수가 늘고 있다. 그나마 통화는 잘되니까 아직 바꿀 생각은 없다. 마침 휴일이라서 그런지 대호에게 연락이 왔는데 바쁜 척했다. 봄이라 나른하고 밖에 나가는 게 꺼려진다. 논문이나 쓰고 보고서나 작성하면서 살이나 찌우고 있는 나의 모습을 거울로 볼 때면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른다.
너무도 외로운 탓일까 대학원 2년차 되던 해 작년 겨울 어렵게 방을 얻었지만 이 동네는 어쩐지 심심한 곳이다. 놀이터가 너무 많고 유난히 아이들이 많은 곳이어서 시끄러운 소리에 거슬리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꽤 재미있었는데 귀찮아진다. 날마다 음식해먹기도 힘들어서 라면박스가 비어 갈 때쯤이면 항상 음식 집 연락처가 방바닥에 어지럽혀진다.
보고서 쓰다말고 나른해서 누워있자니 아카시아 향기가 어울리지 않게 바람을 타고 들어온다. 두개의 달이 떠올랐다. 드레이코 박사가 말한 것이 사실일까? 우주선을 보내서 정밀조사를 하겠다는 미국정부와 나사의 입장이 신문 일면을 장식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