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4일 일요일

달빛 드라이브(MOONlight DRIVE.) 4화

 [4화 ; 꿈]

 

 

- 달이 두개라면 태양은 왜 혼자지? 두개의 달은 냉혹하리만큼 차가워 보여 -

 

“어머! 이 책이 다 뭐야? 열심히네? 우리집에 카레 잔뜩 해놨는데 먹으러 오지 않을래? 너무 많이 했나봐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현정씨 집에 초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현정씨는 아랫집에도 카레를 조금 나눠주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오늘은 조금 바빠서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다음에 먹을게요.”

“그럼, 기다려봐”

 

집으로 들어가더니 카레를 담은 냄비를 건 냈다.

 

“잘 먹을게요.”

“나도 아직 저녁전인데 같이 먹어도 될까? 방해는 하지 않을게 집구경도 하고 싶고”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책을 쇼파로 던져놓고 가스불에 카레가 담긴 냄비를 데우기 시작했다. 그 다음 컴퓨터를 켜고 저장해 놓은 보고서를 찾았다. 현정씨는 이곳저곳 꼼꼼하게 집구경을 하고 있었다. 남자 혼자사는 집이 어떤지 참 궁금했던 모양이다. 오늘 아침에 청소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에 카레가 데워졌다.

 

“아!”

“왜 그래?”

“밥이 없어요.”

 

현정씨는 구경하다말고 집에 가서 커다란 그릇에 꼬들꼬들 하게 지어진 흰쌀밥을 가지고 왔다. 카레를 흰쌀밥에 덮고 흰 밥이 노랗게 변할 때까지 비볐다.

 

“아직도 연구중인게 많이 남았나보지? 식사중에도 그렇게 봐야해? 그런 남자가 제일 멋없어”

“멋없어도 할 수 없어요 중요한 일이니까”

 

현정씨는 심심했는지 나의 대답에 시큰둥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너무하다 싶어 미안해서 물어봤다.

 

“아이들은요?”

“자, 시현씨 여자친구 없지? 연애도 한번 못해보고 내말이 맞지?”

“예?”

“아니 그렇잖아 여자가 앞에 앉아있으면 말도 좀 걸고 재미있게 해줘야지 그러다가는 결혼도 못할 거야 ”

“아까 바쁘다고 했잖아요 그냥 식사만 하신다면서”

“그러니까 밥 먹을 때는 좀 쉬어야지 그렇게 책만 보고 있으면 소화가돼?”

“그만해요 기분상하겠어요”

 

- 두개의 달은 사람들의 추억을 없애고 있어요. 오늘 알아냈죠 지금은 보름인데 나머지 하나는 아직도 초승달이예요 -

“아직도 이상한 문자 와? 대답을 잘해준 모양이네?”

 

나는 베란다로 나가서 확인했다. 분명 하나는 보름달이고 다른 하나는 초승달이었다. 놀라운 일이다. 이런 거라면 이제 사람들도 웅성거릴 때가 되었다. 누구도 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서 나몰라라 하고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추억을 없앤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아니 말이 되지 않았다.

 

“현정씨 이것 보세요. 이상하죠?”

“글쎄 이 문자가 사실이라면 난 추억 없이 살순 없어 그동안 찍었던 사진이나 일기는 모두 사라지는 거잖아 그건 추억이 아니라 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예기지 왠지 갑자기 무서워지는데?”

“그러게요”

 

현정씨와 나는 한참을 베렌다에서 두개의 달을 관찰했다. 하나는 보름달 그리고 또 하나는 초승달 그리고 나사(NASA)의 계획은 잘 돼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 사람들의 추억이 모이게 되면 달은 점점 차오르고 결국 사라지게 될거예요 -

 

아침부터 핸드폰문자 때문에 일찍 잠에서 깼다.

 

- 그 추억이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거지? -

- 죽음, 추억은 죽음을 가지고 가죠. 인간의 모든 것, 그것 없이는 달이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알지? 난 믿을 수 없어 -

- 당신이 달을 채울 수도 있어요. 누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

- 추억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되지? -

- 달은 잊고 있는 추억만 가지고 가죠. 잊었던 기억을 계속 생각 해야돼요. -

 

어느새 난 소중했던 것을 자꾸만 생각해내고 있었다. 어떤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인지 쓰다가 말았던 일기와 여러장의 사진들을 펼쳐놓고 추억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도 모두가 소중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모두기억 해내기는 불가능했다. 이것들 중 어느 것 하나 빼앗기기는 싫었다. 모두가 거짓말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계속 불안했다. 담배를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든 손이 조금 떨렸다.

 

두개의 달이 나를 데려간다면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말도 안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담뱃불에 손가락을 데었다. 데인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고 산책을 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보이는 두개의 달 중 아직 차오르지 않은 초승달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사라진다면 놀라서 슬퍼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세어보았다. 애석하게도 5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건 미친 짓 이라고 계속 혼잣말을 하면서도 머릿속에선 추억을 생각해내고 있었다. 정말 기억해내기 싫은 기억들도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어렸을 적의 추억들도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기억들은 금세 잊어버렸다. 혹시 내 추억이 이미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황급히 집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켜고 프린트와 스캐너를 작동시켰다.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스캔 했고 일기는 컴퓨터 워드 파일로 옮겼다. 모두 옮긴 후에는 여러 군데 무료서버와 유료서버에 동시 전송시키고 압축된 파일에는 암호를 걸어놓고 시디로 카피했다. 이렇게 하면 추억을 잃어버리더라도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됐다. 초승달은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지고 있었다. 그 문자메시지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게 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며칠 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지영을 보게 되었다. 서로는 무엇도 말할 수 없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서먹한 분위기였다. 그냥 지나칠까 생각해봤지만 먼저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그냥 지나치기에는 늦은 듯 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두근거렸다. 결국 책 한권을 떨기고 말았다.

 

“책 좀 반납하려고 오랜만이다. 잘지내지?”

“아니, 그냥 그래 예전과 똑같아 너는?”

“나도 그렇지 뭐”

 

그리고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나 나와 지영은 그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에 뭐라고 말해야 될지 정말 망설여진다. 어떤 예기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랐다. 이럴 때 대호가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만 했다.

 

지영은 이상해 보였다. 완전 딴사람인 것처럼 말했다. 뭘 말하려는지 알아듣지 못해서 입모양을 유심히 보기도 했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말하다말고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다. 이런일이 몇일 전에도 있었고 최근들어 심해졌다고는 하지만 걱정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나 왜이러지, 저번에도 이러더니만 미안해”

 

잠시 멍하게 있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가버렸다. 평소와는 달랐지만 무슨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걸어가는 지영이의 뒷모습을 보다가 떨어진 책이 생각나서 주웠다. 몸은 뜨거웠다. 한숨을 쉬고 두근거리는 혈압을 낮춰야 했다. 자판기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 마시면서 지영의 모습을 생각했다. 긴 머리는 조금 자른 것 같고 예전같이 화려한 화장은 하지 않았다. 구두를 신어서 그런지 키도 조금 커보였다.

 

대학원 공부가 힘이 드는지 살도 많이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여러면에서 조금씩 바뀐 부분이 있었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두근거림은 같았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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